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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발음』 머리말

자연을 닮은 2006. 10. 6. 06:05

머리말

 

  사람들은 평소에 자신의 발음에 무감각하게 지내다가 어느 순간에 이상한 현상을 발견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불고기’는 [불고기]라고 글자 그대로 발음하면서 ‘물고기’는 왜 [물꼬기]라고 경음화시켜서 발음을 할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은 주변 사람들도 잘 모른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국어사전을 뒤적여 봐도 속시원한 해답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다고 전문서적을 이것저것 뒤적이면서 연구할 만큼 현대인의 삶이 한가하지 않다. 이 책은 그런 의문을 품고 사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우리말의 발음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우리말을 연구하는 국어학자, 학교에서 우리말을 가르치는 국어 교사, 외국인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한국어 교사,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과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우리말을 사용하는 사람들,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할 기회가 많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그리고 단순히 우리말의 발음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은 일반인들에게까지 이 책은 유익한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해 발음의 문제가 관련되는 맞춤법, 표준어, 외래어표기법, 학교문법 등 어문규범(語文規範)의 문제도 다루었고, 옛말(고어)과 어원, 방언, 외국어의 발음, 그리고 전문적으로는 음성학, 음운론과 형태론 등의 내용도 부분적으로 다루었다. 발음이라는 것을 되도록 폭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려고 애를 쓴 셈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어디까지나 우리말의 발음이다. 학문상으로는 국어음운론(國語音韻論)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을 대학의 국어국문학과에 개설되어 있는 국어음운론 강의의 교재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말의 발음에 대해 체계를 갖추어서 설명하려다 보니까 국어학(國語學)의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문용어는 복잡한 현상들을 간결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학구적인 독자들의 호기심을 채워 주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특히 1장과 6장과 8장은 내용 자체가 꽤 전문적이다. 나머지 장들의 내용을 국어학의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전공자가 아니라면 1장, 6장, 8장은 맨 나중에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저자는 몇 년 전에 국어음운론에 관한 책을 낸 적이 있다(『국어음운론 개설』, 1996). 그 책은 제목 그대로 개설(槪說)로서 주요 사항들을 간결하게 정리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그래서 국어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그 책의 내용을 읽고 국어의 발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점이 저자에겐 늘 부담이었다. 이제 이 책은 풍부한 용례를 통해 누구든지 국어 발음의 오묘한 이치를 터득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참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책의 구상에서부터 집필과 출판에 이르기까지 국어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각별한 관심과 국어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사람들의 세심한 관찰과 다양한 견해로부터 저자의 생각을 구체화하고 정밀화하는 실마리를 얻은 바가 많다. 특히 국어학자들의 논문과 저서를 통해 깨달은 점들에 대해서는 학계의 관례에 따라 적절한 인용과 출처의 언급이 필요하지만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모두 생략하였다. 이 점에 대해 독자 여러분의 너그러운 이해를 바란다.


2003년 1월

저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