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한국어의 단어는 사전 표제어를 기준으로 할 때 50만 개를 넘는다. 그러나 우리가 늘 쓰는 단어는 그 1/10을 넘지 않는다. 그리고 그 1/10의 중심에 있는 1/10, 즉 5천 개쯤이 우리 언어생활의 기둥인 기초어휘이다. 이 책에는 그 절반쯤인 2700개를 실었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육과정을 기준으로 할 때 초급과 중급에 해당하는 어휘이다. 한국어 기초어휘로 제안된 단어목록이 몇 가지 있으나 이 책을 엮기 위해 새롭게 선정했다.
모든 단어는 저마다의 뜻과 문법적 특징이 있고 표기와 발음도 정해져 있다. 뜻이 비슷한 단어라도 제각기 용법과 어감이 다르다. 단어 하나하나가 작은 세계이다. 그렇지만 단어들은 서로 팽팽하든 느슨하든 수많은 끈으로 이어져 있다. 그러한 관계의 합이 어휘체계이다. 어휘체계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좋은 방법은 단어를 분류하는 것이다. 표기나 발음이 비슷한 것을 묶을 수도 있고 품사나 뜻에 따라 가를 수도 있다. 이러한 묶음과 갈래 속에서 한 단어가 처해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뚜렷해진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기초어휘에 드는 단어의 목록을 제공하는 데서 나아가 다양한 관점에서 분류한 단어목록들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각각의 단어나 어휘(단어의 집합)에 관한 여러가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육, 내국인을 위한 국어교육, 그리고 한국어연구의 현장에서 쓸모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어 중국인이나 일본인은 종성에 비음 ‘ㄴ, ㅁ, ㅇ’이 번갈아 들어가는 단어를 잘 발음하지 못한다. 그런 단어들만 모아서 한꺼번에 발음연습을 시키려는 교사들은 그 단어들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연함을 느낀다. 이 책에서 종성의 종류에 따라 단어를 분류한 §3.5에서 ‘비음 혼합’ 목록을 보면 2음절어로 ‘간장, 감동, 감정, 건강’ 같은 예를, 3음절어로 ‘남동생, 당분간, 선생님, 운동장, 장난감’ 같은 예를 금방 찾을 수 있다. 또 동사어간 뒤에 접미사 ‘-음’이 붙은 파생명사의 예가 필요할 때는 6장의 목록에서 ‘걸음, 그림, 느낌, 도움, 만남’ 등 15개의 단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교통에 관한 단어가 궁금하면 7장의 ‘사회’에 관한 목록을 들춰 ‘갈아타다, 거리, 거치다, 건너가다, 건너다, 건너오다, 걸어가다, 걸어오다, 고속도로’ 등 63개의 단어를 바로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더 많은 단어에 대한 더 다양한 분류를 향한 작은 시작이다. 그러나 전례가 없는 작업이라 3년 남짓 애를 쓴 끝에 마무리를 짓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일본어 대역과 중국어 대역을 각각 맡아 엮은이의 일손을 덜어 준 박지연 선생과 이순애 선생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2010년 1월 25일
엮은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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