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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개론』 머리말

자연을 닮은 2015. 12. 28. 11:28

머리말

 

   언어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인간이 신체적으로는 동물과 다를 바가 없지만 정신적으로 동물과 확연히 다른 수준에 도달한 것은 언어 덕분이다.

   언어는 인간이 만들어 인간이 자유자재로 쓰는 대상이지만 언어 나름의 생명이 있다. 언어는 인간의 의도와 관계없이 복잡하고 정교한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자신의 논리대로 움직이고 변해 간다.

   언어학은 언어의 체계와 논리를 밝히는 학문이다. 인간을 연구하는 인문학 가운데 가장 정밀하고 가장 튼튼한 학문이다. 그래서 언어학을 공부하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한 방법이다.

   현대언어학의 출발점을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강의》(1916)로 보면 이제 100년이 되었다. 이 땅에 현대언어학을 본격적으로 보급한 책은 이기문이 번역한 《언어학원론》(1955)과 허웅이 지은 《언어학개론》(1963)이다. 그 후 50~60년 동안 한국의 언어학은 한국어학을 중심으로 크게 발전했다. 이제 한국어를 언어의 중심에 놓고도 언어학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한국어 사용자를 위한 책이므로 한국어 사례를 주로 제시하고 필요한 경우에 가까운 외국어 사례를 활용했다. 외국어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외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보다 언어의 보편성과 개별성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언어학을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좋은 방법은 외국어를 배워서 모어와 외국어를 대조해 보는 것이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외국어인 영어, 중국어, 일본어는 한국어와 비슷하고 다른 점이 각각 달라 좋은 대조의 대상이다. 이 책에서 이들 언어의 사례를 자주 든 것은 그 때문이다.

   본문 중간중간에 제시한 탐구문제는 본문의 설명만 참고해도 답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이 책의 수준을 넘는 내용을 알아야 완전하게 답할 수 있는 어려운 것도 있고 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은 것도 있다. 탐구문제에 금방 좋은 답을 제시하지 못하더라도 탐구 자체가 독자의 생각을 키워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독자들이 언어에 관한 지혜와 깨달음을 얻게 되기를, 그래서 한국의 문화 수준이 더 높아지게 되기를 소망한다.

2015. 11. 11.

지은이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