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올바른 우리말 쓰기
자연을 닮은
2020. 8. 6. 12:45
(《주니어 구몬》 2000년 10월호, 《꾸러기 구몬》 2000년 10월호, 공문교육연구원, 2000. 10. 1.)
*공문교육연구원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쓴 글입니다.
어른들이 어린이들한테 “그런 말은 쓰면 못 써.”라고 하든가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잡지 등에서 “이러이러한 말은 좋지 않은 말이니까 쓰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지만 어른들이 쓰지 말라고 해서 다 틀린 말은 아니에요. 어른들도 항상 바르고 정확한 말만 하고 사는 것은 아니니까요. 어느 누구의 말도 완벽할 수는 없어요. 말이란 것 자체가 완벽하지 않아요.
말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계속 변하기 때문에 지금 옳은 말이라고 해도 몇십 년 후에는 그것이 틀린 말이 될 수 있어요. 마찬가지로 몇십 년 전에 옳았던 말도 지금 틀린 말로 취급될 수 있어요. 어른들이 옳다고 하는 말은 대부분 몇 십 년 전에 사람들이 많이 쓰던 말을 기준으로 한 거예요. 예를 들어 ‘쓰메끼리’는 일본말이니까 쓰지 말아야 한다고 해요. 그런데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써 본 적도 없을 거예요. 그건 어른들이 예전에 많이 쓰던 말인데 지금은 대개 ‘손톱깎이’로 바꿔 말하고 있지요. 또 얼마 전까지는 ‘붕대를 칭칭 감았다’라고 하면 틀리고 반드시 ‘붕대를 친친 감았다’라고 해야 옳다고 했어요. 국어사전에도 ‘칭칭’은 나오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요즘에는 대개 ‘칭칭’을 쓰지 ‘친친’은 잘 쓰지 않지요. 그래서 이제는 ‘칭칭’도 맞는 말이라고 고치게 되었어요.
이와 같이 시간이 흐르면서 말이 변하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도 바뀌어요. 그러니까 어른들이 틀린 말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예전에 많이 쓰던 말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의 언어 현실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어른들의 생각을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 말고 과연 그럴까 하고 다시 생각해 보고 더 자세히 알아보는 자세가 필요해요.
‘장난 아니다’라는 말은 어른들은 쓰지 않는 말이에요.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어른들도 있어요. 그래서 어른들은 그런 말은 좋지 않은 말이라고 나무라지요. 그렇지만 그 말을 안 쓰면 그 대신 쓸 적당한 말이 없는 걸 어떡해요. ‘굉장하다, 대단하다’ 같은 말을 대신 쓰면 ‘장난 아니다’를 쓸 때의 느낌이 달아나 버리잖아요. 또 예전에 ‘최고다’라고 했던 것을 얼마 전부터는 ‘캡이다, 짱이다, 왕이다’ 같이 말하지요. 역시 어른들은 모르는 말이에요.
이런 말들은 유행어여서 몇 년 지나면 안 쓰게 되기 쉬워요. 그렇지만 지금 그만큼 느낌을 표현하기 알맞은 말이 없지요. 이런 유행어는 친구들끼리 이야기하면서 얼마든지 써도 좋아요. 사실 그런 유행어를 써야 친구들하고 더 친해질 수 있어요. 그렇지만 어른들한테 말할 때는 그런 말을 쓰지 말아야 돼요. 그런 유행어는 어른들이 잘 모르는 말이고 어른들은 유행어를 나쁜 짓 하는 아이들이나 쓰는 말로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또 학급회의 시간이나 선생님 물음에 대답할 때도 유행어는 쓰지 말아야 돼요.
어떤 어른들은 영어를 참 많이 섞어 쓰지요. 연예인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많아요. 그건 자기가 영어 실력이 좋다는 것을 은근히 뽐내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에요. ‘열쇠’를 ‘키’, ‘예절’을 ‘에티켓’, ‘야영’을 ‘캠핑’, ‘음악가’를 ‘뮤지션’, ‘단순하다’를 ‘심플하다’고 하는 것이 다 겉멋 부리는 것이에요. 어떤 말은 적당한 우리말이 없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는 할 수 없이 외래어를 써야지요. ‘가스, 피자, 넥타이, 뉴스, 오존,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은 대신할 좋은 우리말이 없어요.
외래어를 쓸 때는 정해진 대로 적어야 돼요. ‘쇼파’는 ‘소파’로, ‘케익’은 ‘케이크’로, ‘슈퍼마켙’은 ‘슈퍼마켓’으로, ‘쵸코렛’은 ‘초콜릿’으로, ‘에어콘’은 ‘에어컨’으로 적도록 돼 있어요. 이런 말들은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어떻게 적는 게 맞는지 알 수 있어요.
어른들이 늘 하는 얘기가 존댓말을 쓰라는 것이지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지켜야 할 예절이 항상 있듯이 말을 할 때도 지켜야 할 예절이 있어요. 그 중에 하나가 존댓말을 쓰는 거예요. 존댓말 중에서 가장 많이 쓰게 되는 것은 말이 끝날 때 쓰는 ‘-요’와 ‘-습니다’예요. 엄마, 아빠한테 말을 할 때도 “돈 좀 주세요. 사고 싶은 책이 있어요.”라고 해야지 “돈 좀 줘. 사고 싶은 책이 있단 말이야.”라고 하면 돈을 받기는커녕 “너는 늘 만화책만 보니?”라고 핀잔만 듣기 쉬워요. 어린이들은 ‘-습니다’보다는 ‘-요’를 쓰는 것이 자연스러워요. ‘-습니다’는 어른들이 많이 쓰지요. 또 ‘먹는다’는 말의 존댓말은 ‘드신다, 잡수신다’이므로 “아빠, 밥 먹으세요.”는 틀린 말이고 “아빠, 진지 드세요.”, “아빠, 저녁 잡수세요.”와 같이 말해야 돼요. 그리고 “엄마 안 계시는데요. 백화점에 가셨어요.”라고 해야지 “엄마 없는데요. 백화점에 갔어요.”라고 하면 어른들은 ‘그놈 참 버릇없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지요.
어떤 어린이들은 아이 때 엄마, 아빠한테 조르거나 떼 쓰며 하던 말투를 그대로 쓰지요. 엄마가 밥 먹으라고 할 때 반쯤 신경질을 부리면서 “싫어요. 안 먹어요.”라고 하지 말고 “지금 배가 안 고파요.”라고 하거나 “게임 끝나고 먹으면 안 될까요?”라고 하세요. 왜 안 먹는지 엄마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을 하고 무조건 싫다는 식으로는 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