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의 어휘와 사전』 머리말
머리말
지난 15년간 한국어의 어휘와 사전에 관해 발표해 온 논문들을 묶어 책을 낸다. 어휘에 관한 논문 여섯 편과 사전에 관한 논문 다섯 편에다 어휘와 사전에 관한 간략한 해설 두 편을 새로 닦아 모두 열세 편을 꾸렸다. 사전과 관련된 저자의 첫 논문 「‘그러다’류의 활용과 사전적 처리에 대하여」(1995)도 이 책에 함께 실릴 만하나 저자의 음운론 관련 논문을 묶은 『국어음운론의 체계화』(2008)에 이미 끼었으므로 이 책에서 빠졌다.
한국어의 어휘에 관한 학문적 연구는 이제 산만큼 쌓여 있고 또 해마다 적지 않은 논문과 책이 그 위에 겹으로 쌓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연구가 절실히 필요한 주제들을 골고루 그리고 제대로 연구하여 한국어 어휘의 참모습을 차근차근 밝혀 나가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듯하다. 특히 사전이라는 실용적 분야에 어휘연구가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불만스러운 느낌을 감추기 어렵다.
저자는 한국어를 사용하고 언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식,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쓸모가 있는 지식을 생산하려는 태도로 이 분야의 연구에 임해 왔다. 그리고 그러한 지식을 다른 이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정제된 형태로 빚어 내놓으려고 애를 써 왔다.
이제 저자의 연구결과를 모아놓고 보니 산을 이룬 연구물들 틈에서 내게 될 빛이 너무도 희미한 것 같아 망연하다. 또 간간이 길게 늘어진 글은 충분히 간결하게 다듬지 못한 탓이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지금은 그렇게 흐릿하고 산만하지만 언젠가 산 전체를 밝히는 희망의 빛이 될 수도 있으리라 기대하며 굳이 엮어 놓는다.
그러한 기대가 실현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하는 심정으로 논문마다 ‘이 글을 다시 읽으며’라는 제목 아래 그 논문을 작성하게 된 배경이나 후일담, 더러는 현재의 심경을 덧붙였다. 그리고 바야흐로 세계화시대인 만큼 논문과 함께 작성되었던 외국어 요약문을 버리지 않고 책의 끝에 모았다. 외국어 요약문이 원래 달려 있지 않았던 2장, 5장, 8장, 10장에 대해서는 영어 요약문을 새로 작성해 구색을 맞추었다. 그 외에는 각 논문의 원래 모습 그대로 싣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오래 전부터 출판사업을 통해 국어학의 발전에 기여해 온 태학사에서 선뜻 이 책의 출간을 맡아 준 데 대해 더없는 감사를 드린다.
2014년 6월 30일
저자 씀